오늘은 '24년 상반기 세계 와인시장의 주요 기사와 이슈에 대해서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 상반기는 중국의 호주 와인 보복성 관세 철폐, 프랑스의 서리와 우박 피해, 와인 패키지의 혁신과 저도수 & 제로 도수 와인의 트렌드, 그리고 유명 와이너리의 인수 합병 소식 등 여러 가지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소식으로 점철된 2024년 상반기 세계 와인업계의 주요 뉴스와 트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의 상반기 날씨 고전
매년 프랑스는 와인 산지 곳곳에서 서리와 우박, 곰팡이병 등과 싸워왔습니다. 2021년 보르도, 상파뉴, 부르고뉴에 있었던 대규모 서리 피해가 대표적이며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러한 피해는 점차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날씨 상황은 프랑스에게 특히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5월 1일 있었던 프랑스 샤블리(Chablis)의 우박 피해입니다. 샤블리 원산지 명칭 지역 중 약 20-25%의 면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직 최종 수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는 이르지만, 개화 시점에 쏟아진 우박 폭풍은 수확량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카오르(Cahors)는 4월 말 봄서리로 2024년 예상 수확량의 최대 80%를 잃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주목할 만한 프랑스의 빈티지 현황 중 하나는 대표적인 곰팡이병인 밀듀(Mildew)의 조기 도래입니다. 생떼밀리옹 등의 보르도 우안 지역과 보졸레와 부르고뉴 역시 4월 초부터 밀듀 피해로 인해 대대적인 살포 작업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루아르 뮈스카데 지역의 멜롱 드 부르고뉴는 비정상적으로 추운 날씨로 인해 개화 결실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2024년 프랑스 곳곳에서 수확량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예상됩니다.
젠지(Gen Z)들의 와인 소비 트렌드, '저'도수 혹은 '제로' 도수 와인의 지속적 성장
건강과 웰빙을 중요시하는 젠지(Gen Z)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음주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와인 회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2024년 상반기에도 계속해서 저도수 및 제로 도수 와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유럽의 주요 시장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두드러지며, 닐슨IQ(NIQ) 자회사인 CGA는 지난해 이 두 카테고리의 주류 시장(와인 포함)의 가치가 32% 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국제적인 와인 소비 감소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카테고리에서 저도수과 제로 도수의 접목이 눈길을 끕니다. 호주의 배우이자 가수인 카일리 미노그가 출시한 제로 알코올 스파클링 로제 와인과 섹스앤더시티로 잘 알려진 사라 제시카 파커의 7% 도수대의 와인은 이미 와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대형 체인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저도수, 제로 도수 와인들의 신제품이 매월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은 역삼투압 등을 활용해 알코올을 제거한 와인으로, 초기에는 와인의 풍미와 품질이 낮다고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와인의 본래 풍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와인 전문 평론가와 대중에게 호평을 받는 와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와인업계 인수 합병
지난해에 이어 2024년 상반기에도 대형 와인 회사들의 와이너리 인수 행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전체적인 와인 판매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인 수요의 고급화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와인업체들이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3년 하반기 덕혼(Duckhorn)의 소노마 커트러(Sonoma-Cutrer) 인수와 트레저리 와인에스테이트(Treasury Wine Estates)의 다우 빈야드(Daou Vineyards) 인수, E&J 갤로(E&J Gallo)의 롬바우어(Rombauer)와 마시칸(Massican) 인수에 이어, 2024년 상반기에도 4개의 주요 인수 소식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5월 컨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의 산타 리타 힐스의 명생산자 씨 스모크(Sea Smoke)의 인수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 뒤, 애클리 브랜즈(Ackley Brands)가 워싱턴 와이너리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Betz Family Winery)를 인수했습니다. 6월에는 부르고뉴 최대 규모의 명 도멘으로 꼽히는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가 미국 소노마의 명품 와이너리 윌리엄 셀렘(Williams Selyem)을 인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 그룹 마르케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가 파트너사 생 미셸 와인 에스테이트(Ste. Michelle Wine Estates)와 합작 투자해 설립한 콜 솔라레(Col Solare)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인수 합병은 업계가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고급 와인 브랜드를 강화하고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되며,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와 와인 산업
지난해 프랑스 랑그독 루씨용의 오베르 앤 마티유(Aubert & Mathieu) 와이너리는 챗지피티(ChatGPT)의 지시에 따라 와인 양조, 이름, 라벨 디자인, 마케팅 계획 등의 제안을 수용해 만든 첫 AI 와인 'The End'를 출시했습니다. 또한, 12월에는 제네바 대학의 과학자들이 AI로 보르도 80개 레드 와인의 크로마토그램(물질의 전체 화학 분해)을 요약해 X와 Y좌표로 구성된 '테루아' 그래프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024년 상반기에도 인공지능(AI)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깊숙이 와인 산업에 침투해 왔습니다. 올해 2월, 영국의 블록체인 기반 와인 커뮤니티인 크루레이트(Crurated)는 AI를 활용한 가상 셀러 경험의 메타버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샴페인 하우스 모엣샹동(Moet&Chandon)이 농업기술회사인 얀마르(Yanmar)와 협업해 자율 주행 로봇 트랙터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AI는 포도 재배와 양조, 마케팅, 세일즈, 와인투자, 테이스팅과 교육 등 모든 와인 분야에서 계속 진화하며 와인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AI의 발전이 와인 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주목해봅시다.
중국 호주와인의 보복성 관세 철폐
2024년 3월 31일, 중국은 3년 4개월 만에 호주 와인의 보복성 반덤핑, 반보조금 관세를 철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 전 중국은 호주 와인 시장의 최대 수입국이었습니다. 그러나 호주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호주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한 것 등을 이유로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4%에 달하는 반덤핑,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세 부과 이전 호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와인은 연간 약 7억 10만 달러에 달했으나 2021년 관세 이후, 와인 수출은 97%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호주의 새로운 정부와 중국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는 석탄과 목재, 보리 등 일부 호주산 상품에 대한 무역조치를 꾸준히 해제해 왔습니다. 이번 호주 와인에 대한 보복성 관세 철폐는 와인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호주 와인 시장과 호주 와인을 즐기던 중국 와인 애호가들의 윈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관세 철폐가 국제 와인 시장에 어떠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지 2024년 하반기를 주목해봅시다.
나파 밸리 와이너리 방문객 감소
실리콘밸리 은행의 와인 리포트에 따르면 나파 밸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2016년보다 올해 37% 감소했으며,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같은 기간 32%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명백한 이유는 테이스팅 비용입니다. 현재 나파 카운티의 기본 평균 시음 비용은 75 달러, 리저브 평균 시음 비용은 138 달러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파 카운티의 평균 호텔 요금도 2019년 327달러에서 2022년 기준 470달러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팁을 요구하는 와이너리의 비율은 10년 전 2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3분의 2 수준에 달합니다.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구입하면 시음 요금을 면제해주는 시스템 또한 현재는 약 3분의 1 이하의 와이너리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싼 숙박 비용과 시음비, 20%의 팁을 계산한다면 일부 부유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파 와이너리의 계속되는 프리미엄화와 고공 행진하는 투어 비용이 2024년 와인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와인병의 탄소 다이어트 & 패키지의 혁신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지속가능 농법 등 친환경 포도재배의 중요성은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지만, 와인 패키지의 변화는 그 어느 해보다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는 와인 유리병 무게의 경량화입니다. OIV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와인산업의 총 탄소 배출량에서 와인병의 생산과 운송에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약 74%를 차지합니다. 병 무게를 줄이는 것이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서 하는 어떤 노력보다 가장 효율적으로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글로벌 단체인 지속 가능한 와인 원탁회의(Sustainable Wine Roundtable, SWR)는 2023년 10월 '병 무게 협약(Bottle Weight Accord)'을 출범해 750ml 용량 와인병의 평균 무게를 약 550g에서 2026년 말까지 420g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로 인해 약 25%의 탄소 배출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까지 이 협약에 가입한 대형 체인 소매업체는 스웨덴의 독점 주류 소매업체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 미국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영국의 레이스웨이츠(Laithwaites), 리들(Lidl), 웨이트로즈(Waitrose) 등입니다. 지난 5월 30일에는 글로벌 소매업체 테스코(Tesco)가 이 '병 무게 협약'에 가입해 유리병 경량화에 동참했습니다.
한편, 패키지의 변화도 심상치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보니 둔 빈야드(Bonny Doon Vineyard)는 4월 'Cabon…Nay!'라는 와인 병 모양의 종이 패키지를 출시했고 백인박스, 테트라팩, 알루미늄 캔 등의 대체 패키지도 계속해서 진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2024년 상반기에는 와인업계에서 많은 변화와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와인병의 경량화와 패키지 혁신, AI의 와인 산업 침투, 저도수와 제로 도수 와인의 성장, 인수 합병의 지속, 중국과 호주 간의 관세 철폐, 나파 밸리 방문객 감소 등 다양한 소식들이 앞으로의 와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뉴스에 나오는 와인시장에 대한 주요 이슈들이였습니다. 한국 국내 와인시장의 향방은 과연 성장을 위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수제맥주 같은 일시적인 젊은층 세대의 붐과 함께 외면을 다시 받게 되는 것일까요? 중장년층이나 와인에 대한 문화가 과거에 대비해 무르익어서 그 방향성과 향방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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